3주 전에, 정들었던 Tripllo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AWS EC2, S3, RDB를 내렸다. 배포되어있는 도메인도. 씁쓸하면서 이상한 기분이었다. RDB 생성 script를 백업하고, 소개 페이지에 올려둔 gif 파일도 모두 백업해두었다.
회사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물리적인 제품은 그래도 형태가 있어서 세상에서 없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웹에 배포되어있는 제품은 없애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한 세계가 없어지는 거라고.
Tripllo를 없애기 전 소스를 보고, 기능을 점검했는데 확실히 프로덕트를 만드는 거와 혼자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나름 코드 퀄리티도 신경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정을 담았지만, 실제 공개되는 프로덕트와 포트폴리오는 다르다. 다음에 토이 프로젝트를 한다면, 유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Clone이 아닌.
다시 신입으로 취직하면서 거의 6개월 일했다.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일의 순서와 중요도,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도 배웠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쌓고 있다. 힘들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매일 또 새롭게 배우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가치 있는 서비스에 내가 개발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취직 후 적응한다고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선임님께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회고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또 욕심이 욕심인지라 글을 쓰게 되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지워버리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을 미뤄왔다. 근데, 과연 좋은 방향인가 고민하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질 텐데. Tripllo도 지금에 와서 보면 구멍이 너무 많은 프로젝트였지만 성의를 다해서 만들다 보니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프로젝트를 삭제하기 전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러하리라.
요즘은 기본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쏟아져나오는 프론트엔드 기술들 때문에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라고 생각했는데, 웹을 이루고 있는 기본 개념을 잘 알아야만 탄탄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 깔짝깔짝 새로운 기술에 손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HTML, CSS, Javascript인 것 같다. 그리고 CS, Network 지식과 Browser 동작 원리들. 물론 몰라도 어느 정도는 꾸역꾸역 개발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근데 연차가 쌓일수록 기본기 없이 최신 기술만 따라 하는 수준이라면 성장의 한계가 빨리 올 것 같다고 느껴진다.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모던 자바스크립트 Deep Dive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인프런에서 모든 개발자를 위한 HTTP 웹 기본 지식 강의를 구입해두었다. 책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Javascript 기본기를 더 다지기 위함이고, 강의는 웹을 다루는 개발자로서 기초를 더욱 다지기 위해서다.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